~[CEO의 삶과 꿈] 창업 15년, 비로소 업(業)의 본질을 논하다
/이봉순 리컨벤션 대표이사
부산일보 2015-04-02 [20:25:02] | 수정시간: 2015-04-02 [20:25:02] | 31면
"눈뜰 때마다 자신에게 물어라. 나는 오늘 어떤 좋은 일을 할까? 태양이 노을을 드리우고 저물면 자신의 삶의 일부도 태양과 함께 저물어간다는 것을 기억하라."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국제회의 기획업인 컨벤션사업을 시작한 지 15년째 되는 해다. 어느 때보다 세월이 빨리 지나갔음을, 그리고 어느때보다 가슴속에서 뭔가 새롭고 다른 것에 대한 욕구를 느끼며 레프 톨스토이의 어록을 읽곤 한다.
생소하던 분야 무모하게 뛰어들어
잇단 도전과 실패로 경쟁력 키워
생존 넘어 가치중심 행사 기획하고
시장 선도 비즈니스 해 나갈 터
우리나라 신생기업의 평균 생존율은 창업 1년 후 59.8%, 5년 후 29.9%라고 한다. 창업 5년 뒤면 10개 중 7개 기업이 도태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2011년 기준으로 18년에 불과하다. 15년 전 우리 분야는 스타트업 업종에 해당할 만큼 기존 산업과 상당히 다른 생소한 분야였다. "컨벤션이 뭡니까? 하는 일이 뭐예요?" 라는 질문에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흔한 용어가 됐다. 그러면서 부산의 어엿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10개 중 9개가 실패한다는 스타트업의 희박한 생존율 속에서 우리 회사는 글로벌한 관점에서 평균 생존율을 통과하는 지점에 와 있다. 그뿐인가. 15년 사이에 부산에서 컨벤션을 포함하는 마이스(MICE) 산업은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하였는가. 마이스로 인해 외국인을 포함해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연간 400만 명을 넘어섰고 7천 건이 넘는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4년엔 전년 대비 2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국제협회연합(UIA)이 공인한 국제회의 개최 부문에서 부산은 아시아 4위, 세계 9위로 도약했다.
필자가 하는 일은 국제회의 기획업이다. 지식과 경험은 물론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국제 비즈니스이다. 패기 하나로 뛰어든 일이 15년 생존 연한을 지나면서 비로소 업(業)의 기본가치를 생각할 여유를 찾았다. 이제야 업의 본질을 충실하게 고민하게 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금껏 우리는 저돌적인 방식으로 해외에서 해답을 찾아 왔다. 지방업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정부 대행 방식의 한계를 과감하게 넘어서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 해외로 직접 나가 국제회의를 유치하거나 글로벌 제휴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했다. 역동적으로 핵심역량을 키워 온 획기적 방식들이 이제 새로운 일을 꿈꾸게 하는 토대가 된 듯하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가 사업의 자산이 되어 돌아오고 있지 않나 한다. 무모하게 도전하고 수시로 실패하면서 익힌 경험이 구성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회사 경쟁력의 기반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갖게 된 해외 경험들과 때론 시행착오의 역경들이 한데 어우러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묻게 될 만큼 작지만 강한 회사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정말 감격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제 생존 자체를 넘어 가치 중심의 프로젝트들을 개발해 기업 생명이 의미 있게 이어지도록 하고 싶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국제적인 브랜드의 회의를 만들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시장을 적기에 개발해 주도할 수 있는 주체로서, 변화를 꾀해야 할 시기라 여겨진다. 그것이 미래를 안정적으로 준비하는 자세이며, 또한 기업 생명력을 지속 가능케 하는 일일 것이다.
부산에서 국제행사를 새로운 차원으로 직접 만드는 것, 그것은 미래에 대비하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미래가 필요로 하는 시장을 예측하는 통찰력과 이를 선점하려는 열정, 스스로 미래상을 만들어 가려는 추진력이 우리의 미래를 창조하는 것임을 확신한다.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그곳에서 미래의 흐름을 파악하는 동시에 살아 있는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새로운 비지니스를 얻어 갈 수 있도록 시장을 리드해 나가는 것이 국제회의 기획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모든 전사 중에서 가장 강한 자는 이 두 가지다. 시간과 인내!" 이 나라 저 나라 뛰어다니며 치열한 생존에서 살아남아 기업의 생명력을 더해 가는 우리 회사의 전사들에게 늘 감사한다는 말을 이 기회를 빌려 전한다.